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서론: 왜 배출권 거래제가 중요한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약 1.1℃ 상승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실질적이고 강력한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입니다. ETS는 시장 원리를 이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로,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기본 개념
배출권 거래제란 정부가 국가 또는 특정 산업 부문에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할당(캡, Cap)**하고, 기업들이 이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 제도(트레이드, Trade)**를 말합니다.
주요 특징
- 총량 규제(Cap): 국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초과할 수 없음.
- 거래(Trade): 감축 비용이 낮은 기업은 여분의 배출권을 판매하고, 비용이 높은 기업은 구매함.
- 유연성 제공: 기업이 개별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음.
이 제도는 효율적인 감축 비용 분배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최소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세계 주요 국가의 배출권 거래제 현황
현재 배출권 거래제는 전 세계 약 4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0%를 포괄합니다.
- EU ETS (유럽연합): 2005년 세계 최초 도입,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탄소시장.
- 중국 ETS: 2021년 시작, 세계 최대 배출국답게 단일 국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
- 한국 ETS: 2015년 도입, 아시아 최초의 전면적 배출권 거래제.
-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일본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 중.
국가별 ETS는 제도 설계와 범위, 가격 안정화 장치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4. 배출권 거래제의 성과
1) 온실가스 감축 효과
- EU ETS는 도입 후 약 15년간 20억 톤 이상의 CO₂ 배출을 줄였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 한국 ETS도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한 감축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 기업의 저탄소 투자 촉진
-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단순 구매보다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투자, 탄소 저감 기술 개발로 대응하려는 유인을 갖게 됩니다.
- 이는 ESG 경영 및 지속가능성 강화와도 연결됩니다.
3) 국제 협력 기반 마련
- 탄소시장은 국가 간 협력 메커니즘을 가능하게 합니다.
- 파리협정 제6조에서 국가 간 탄소시장 연계 가능성을 명시, 글로벌 통합 탄소시장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5. 배출권 거래제의 한계와 문제점
1) 배출권 가격 변동성
- 초기에는 배출권 공급이 과다해 가격이 폭락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EU ETS 초창기 사례).
-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들이 감축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사라집니다.
2) 일부 산업의 부담 집중
-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배출권 비용이 커서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습니다.
-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 규제가 약한 국가로 공장이 이전하는 현상 발생 가능.
3) 사회적 형평성 문제
- 배출권 가격 상승은 전력요금, 소비재 가격에 전가될 수 있습니다.
- 저소득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정책 보완 장치가 필요합니다.
4) 실질적 감축 효과 논란
- 기업이 단순히 배출권 구매에 의존할 경우 구조적 감축 노력이 미흡해질 수 있음.
6. 한국 배출권 거래제의 특징과 과제
한국은 세계 세 번째, 아시아 최초로 전면적 ETS를 도입한 국가입니다.
한국 ETS의 특징
- 적용 대상: 연간 125,000톤 CO₂ 이상 배출하는 대규모 사업장.
- 배출권 할당: 초기에는 무상 할당이 많았으나 점차 유상 경매 비율 확대.
- 시장 안정화 장치: 배출권 가격 급변 시 정부가 개입 가능.
향후 과제
- 배출권 가격 안정성 확보 → 가격 하한제, 탄소세 보완 필요.
- 산업 경쟁력 보호 → 저탄소 전환 지원, 기술 개발 보조금 필요.
- 국제 연계 추진 → 중국, 일본 등과 시장 연계 가능성 검토.
- 사회적 형평성 강화 → 취약계층 에너지 보조 정책 병행.
7. 미래 전망: 배출권 거래제의 진화
앞으로 배출권 거래제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 글로벌 탄소시장 통합: 파리협정 기반 국가 간 거래 활성화.
- 디지털 MRV 시스템: 블록체인, AI를 활용한 탄소 배출량 측정·보고·검증.
- 신흥국 확산: 아시아, 아프리카 신흥국에서도 ETS 도입 논의 활발.
- 기업 전략 변화: 단순 비용이 아니라 신사업 기회로 접근(탄소저감 기술, 녹색금융).
8. 결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원리를 활용한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 산업 경쟁력, 사회적 형평성 같은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ETS는 탄소세, 보조금,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함께 종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한국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ETS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배출권 거래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 경제 혁신, 국제 협력을 이끄는 핵심 제도가 될 것입니다.